프랜시스 베이컨, 사로잡힌 것들의 초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 무엇보다 가장 나를 매료시키는 것은, 베이컨이 바로크 화가 벨라스케스의 을 보고 사로잡힌 뒤, 수십 년에 걸쳐 그 이미지를 그리고 또 그렸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단순한 모방이나 오마주라기보다, 하나의 이미지가 한 인간에게 침투해 좀처럼 떠나지 않은 흔적에 가깝다. 원형의 이미지를 반복하고 훼손하고 변형하는 동안 벨라스케스의 교황은 조금씩 본래의 형태에서 멀어졌고, 마침내 비명과 왜곡, 고립이라는 베이컨 자신의 회화적 언어로 치환되었다. 자신을 매혹한 대상을 오래도록 붙잡고 씨름한 끝에, 마침내 그것을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완전히 재구성해낸 것이다. 더욱 강렬한 것은 그 긴 변주의 종결부다. 1971년 제작된 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교황 연작 가운데 종결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