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박찬욱
… 내가 2002년에 발표한 역시 무척 말수가 적은 영화라 하겠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우선 너무나 당연하게도 두 주인공 중 하나인 ‘류’가(신하균) 농아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그는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데, 따라서 이 수동성은 캐릭터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아마추어 미술가로서 류가 잠재적으로 지닌 표현에의 욕망은, 이 언어표현불능의 조건으로 말미암아 깊숙이 억눌린 끝에 육체적인 폭력의 양태로 분출하게 된다. 녹색으로 물들인 그의 머리카락 역시 그가 언어라는 표현의 도구를 상실한 데서 나타난 반작용의 증거라는 점까지 주의한다면, 영화에서 한 인물이 말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단순히 대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으리라.두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