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오션의 앨범들을 주욱 듣다보면
이 음악들은 어찌저찌 만들어진게 아니라
피 토하는 고통과 경험들이 체내에 수정되어
두개골 빠개질 정도의 산통을 다 겪고 출산된 것들이란 생각이 든다
컴백이 늦어지는 이유도 그래서 조금은 이해가 돼
셔누 상탈 직캠 영상 같은 것들에
'제가 이런걸 공짜로 봐도 될까요' 하는 댓글이 달리곤 하는데
피식 하며 웃어 넘긴 그 한 문장이 오늘은 사뭇 진지하게 와닿았다
'내가 이 귀한걸 들어도 되는걸까'
https://youtu.be/RWgpBlz16-s?si=EuI83nbSzC8OzOFu
이분 글 좋아서 퍼옴
프랭크 오션의 삶은 비정해보인다. 그가 처한 상황과, 그의 성적 지향성, 그의 과거,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현실 모두 그의 편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 인간이 가진 전부인가? 마지막 트랙인 'Futura Free'에서 오션은 비정한 인생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이에게는 감사를 표하고, 지나간 삶에 대해서는 은근한 그리움들을 드러낸다. 상처만 남을 것 같던 과거들 보다 오히려 프랭크는 180도 바뀌어버린 지금의 자신에 당황스러움을 표한다. 난 이 부분에서 굉장히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지점은 나의 기대가 은근히 전복되는 곳이다. 비정한 프랭크의 삶과 슬픔, 환희들이 뒤섞인 앞선 모든 트랙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그 주제나 구성이 파편적일지는 몰라도) 과거의 우여곡절들로 인한 상처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프랭크는 마지막 트랙에서 도리어 과거에 잊어버렸던 것들을 떠올린다. 이어서 나오는 인터뷰들. 그는 죽지 않고 영원히 자고 싶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죽음은 두려운 것이지만, 삶이란 또 다른 두려움이기도 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잊어버릴지 모르고, 또한 어떤 상처를 받을 지 모르는 삶인 것이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두 가지 모두를 생각하는 그의 모습은 양가적이고, 또 익숙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마지막에 질문한다. 1광년은 얼마나 멀까? 또다시 바뀌는 그의 태도, 즉, 이 길고 안개같은 삶을 달리면서 발견할 것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그의 말에 나는 더욱 더 혼란스러우면서도, 그의 생각을 이해하게 된다. 분명히 'Futura Free'에서의 가사들은 이 앨범의 내러티브적 요소들, 혹은 중요한 주제들을 알 수 없는 것들로 만들어 버리지만 사실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길일지도 모른다. 삶은 한 가지 의지만으로 이루어진 표상이 아닌, 다각적 측면을 가진 무엇이다. 프랭크 오션이라는 이 양성애자이자 흑인인 젊은 예술가는, 인생의 그런 측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너무 잘 알기에, <Blonde>는 우리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1광년은 얼마나 멀까?' <Blonde>는 남아있는 삶의 궤적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궁금해 하며 막을 닫는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삶의 궤적을 형성하는 가장 훌륭한 지침서이자, '사랑'에 대한 완벽한 스케치이다. 상처와 불안의 안개가 덮인 트랙 위를 달리는 것. 분명 그것이 삶이지만, <Blonde>는 그러한 삶 위에 희미한 광명을 비춘다.
https://www.fmkorea.com/322993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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